쥘 베른이 이 책을 쓰던 19세기는 세계가 한창 시끄러울 때였습니다.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그 영향으로 유럽 여러 나라는 식민지 전쟁을 벌여 한시도 조용할 날이 없었습니다. 또 산업혁명으로 말미암아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제품이 쏟아져 나와 풍족한 세상이 되었지만,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세상은 가난한 노동자와 부유한 자본가 간의 다툼이 끊이지 않았고, 급기야 산업혁명의 주역인 기계를 파괴하는 일까지 벌어진 것입니다. 이런 혼란한 시대를 산 지은이는 세계 어린이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습니다. 비록 지금 어른들은 서로 다퉈도, 다음 세대를 이끌 어린이는 서로 단결해서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 나오는 소년들처럼 막막하고 외딴 섬에 떨어져도 서로 힘을 합하면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간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뚜렷한 주인공이 없다.
이 책에 등장하는 소년 15명을 나라별로 살펴보면, 영국인 11명, 프랑스인 2명, 미국인 1명, 그리고 수습 선원 1명입니다. 이렇게 소년들의 국적이 다르다 보니 조국에 대한 자부심으로 이유도 없이 서로 갈등하고 반목하는데, 그런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따라가다 보면 뚜렷하게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모든 소년이 독특한 개성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때로는 분노가, 때로는 호기심이, 또 때로는 두려움이 가득한 소년 15명을 보면 누가 주인공이고 누가 조연인지를 분간할 수가 없습니다. 지은이가 뜻한 것도 바로 그것입니다. 주인공 한 명을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보다는 모든 소년이 단합된 모습으로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것입니다.
희생을 무릅쓰다.
소년들의 무인도 생활 또한 하나의 작은 사회였습니다. 선거를 통해 지도자가 뽑히면, 나머지 소년은 그 지도자를 따라야 했습니다. 또 지도자는 자기 마음대로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 희생하는 자리였습니다. 두 번째 지도자로 뽑힌 프랑스 소년은 자기를 반대하는 영국 소년을 구하기 위해 부상까지 당하지만 이 희생을 계기로 소년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하나로 똘똘 뭉치게 됩니다.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공동체를 위한 희생이고, 공동체를 위해 누군가 희생해야 한다면, 그것은 당연히 지도자라야 한다는 점을 지은이는 강조한 것입니다. 이 책에 나오는 지도자처럼 자기를 기꺼이 희생한 대가로 공동체는 다시 단합해 악당들을 물리치고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온 것입니다.